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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2 [매경춘추] 적당한 시련

작성자 : 유관희

(2022-09-27)

조회수 : 1718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오는 얘기다. 어느날 번데기에서 껍질을 뚫고 나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이제 막 나비의 모습을 갖춘 새끼 나비들을 파브르가 관찰하고 있었다.

오랜 사투 끝에 성공적으로 좁은 틈을 비집고 나온 나비는 하늘로 힘차게 날아가곤 했다.

이런 여러 개의 번데기들을 들여다 보던 파브르는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여 껍질에서 반쯤 기어나와 몸부림치는 나비 새끼의 껍질을 대신 까주었다. 그랬더니 이들은 오히려 날개에 힘이 없어 바닥에서 비실대다가 죽고 말았다.

이와 비슷한 일이 호두나무에서도 관찰된다. 호두나무도 여름을 지나려면 꼭 몇 개의 태풍과 거센 비바람을 만나게 된다.

이 와중에 맺혔던 호두열매의 30~40%는 잃게 된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아쉬워한 농부가 어느 해 호두나무에 여름 동안 비바람을 막아줄 큰 비닐 보호막을 설치했다.

그렇게 하여 맺혔던 열매를 거의 잃지 않고 여름을 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을에 호두를 수확해 보니 열매 수는 많아졌지만 거의 모든 호두가 알맹이가 부실해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하늘을 날 수 있는 튼튼한 날개를 갖기 위해 나비는 자기 스스로 자기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시련을 통과해야 한다. 또 알이 꽉찬 호두 열매가 되기 위해서는 온갖 비바람을 견뎌내며 나뭇가지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합격사과`와 같은 성공사례도 엄청난 시련을 잘 견뎌냈던 사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마마보이`가 늘어나고 있다. 소득 증가와 부부당 한 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 출산율 및 남아선호사상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마마보이 신드롬은 자연의 이치에 비춰볼 때, 당사자에게도 그렇고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득이 될 게 없다. 오히려 이들은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성을 길러야 한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의 봉사활동,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서의 경험, 병역의무의 이행 등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품이란 쉽고 편안한 자리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 오직 시련과 고난의 경험을 통해서만 영혼은 강건해지고, 목표는 분명해지며, 열정에는 불이 붙고, 성공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헬렌 켈러 여사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할 때다.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