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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8 [조선]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시각장애인 송경태

작성자 : 송경태

(2022-09-27)

조회수 : 1560

―더욱이 앞이 안 보이는 입장에서는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요?

"우스갯소리로 눈에 뵈는 게 없으니까요. 도우미 선수의 배낭에 연결된 1m 길이의 끈을 묶고 뛰죠. 사실 안 보이는 게 축복이었어요. 다른 레이서들은 보이는 것들로 인해 좌절해요. 망망대해처럼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길, 회오리바람의 공포, 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독…. 가시거리(可視距離)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한눈에 식별하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것은 '제약'이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안 보인다는 것은 불편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 되지 않나요?

"과거에 캐나다 로키산맥의 암벽에 도전한 적이 있었어요. 중간에서 내려왔지만 307m까지는 로프를 잡고 올라갔어요. 만약 그 수직벽을 제 눈으로 봤으면 엄두를 못 냈겠지요. 바로 1m 앞에 무엇이 있는 줄도 모르는 장애가 오히려 가능성이 될 수 있어요. 모든 것에 한계가 없어지는 거죠. 사막의 회오리바람은 제 마음속에서 천상의 오케스트라가 되고, 발에 밟히는 모래언덕에 오르는 것은 마치 무대에 서는 것으로 느끼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