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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삼근계]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 과골삼천(踝骨三穿)

작성자 : 정약용

(2022-09-26)

조회수 : 1366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 세 가지가 있지.

첫째, 기억이 빠른 점이다.
척척 외우는 사람은 아무래도 공부를 건성건성 하는 폐단이 있단다.

둘째, 글짓기가 날랜 점이다.
날래게 글을 지으면 아무래도 글이 가벼워지는 폐단이 있단다.

셋째, 이해가 빠른 점이다.
이해가 빨라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쏙쏙 받아들이면
아무래도 앎이 거칠게 되는 폐단이 있단다.

넌 그것이 없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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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께서 귀양지에서 열다섯 시골 소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네가 스스로 둔하다고 하는데, 둔한데도 열심히 천착(穿鑿)하면 어떻게 될까?
계속 열심히 뚫어 구멍을 내면 큰 구멍이 뻥 뚫리고,
꽉 막혔던 것이 한번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이 왕성해지고,
거친데도 꾸준히 연마하면 그 빛이 윤택하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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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황상에게 말했다.

"황상아, 이제 문사를 공부하도록 해라"

그러자 황상은 쭈뼛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제게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머리가 둔한 것이요,

둘째는 앞뒤가 꽉 막힌 것이며,

셋째는 분별력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제가 문사를 공부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정약용은 따뜻한 눈빛으로 황상에게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문제가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공부를 소홀히 하는 문제를 낳고,

둘째, 글 짓는 재주가 좋은 사람은 자기 재주만 믿고 글이 가벼이 들떠 허황한 데로 흐르며,

셋째,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투철하게 알지 못해 오래가지 못한다.




머리가 둔하지만 공부를 파고드는 사람은 식견이 넓어지고,

앞뒤가 막혔지만 막힌 것을 뚫는 사람은 그 흐름이 더욱 거세어지며,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 꾸진히 연마하면 더욱 빛이 난다.




그러면 파고드는 방법은 무엇이냐, 부지런히 해야 한다.

또 뚫는 방법이 무엇이냐,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이 역시 부지런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하는 마음은 어떻게 지속하느냐, 마음을 확고히 하는 데 있다."